[현장칼럼] 우리 사회의 민낯, 2015 개정교육과정 유감 / 장미정


_ 이 글은 인터넷신문 '인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보기 >> http://www.insight.co.kr/article.php?ArtNo=32794

 

"우리 사회의 민낯, 2015개정교육과정 유감"

         글: 장미정 / ()환경교육센터 센터장, 모두를위한환경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저는 멸종위기 환경교사 OOO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고교 25만 명의 교사 중 현재 293명의 환경교사만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멸종은 어떤 생물종의 죽음을 의미한다. 환경위기가 가속되는 이 시기에 이 험한 단어를 자칭 수식어로 써야만 하는 환경교사들...

환경교사의 위기라고 쓰고, 인간사회의 위기라고 읽히는 현실 인식에서 이 글을 시작한다.

 
환경교사의 출현부터 멸종위기까지

우리나라 환경교육의 본격적 출발은 1980년대 후반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굵직한 환경사건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온산공단 괴질병 발생, 1988년 연탄공장 진폐증 환자발생, 1989년 수돗물 중금속 오염 파동,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국제적으로는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침묵의 봄출간이 대중적 환경위기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우리 삶의 가까이 곳에서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면서부터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환경교육은 아래로부터의 필연적 요구로 나타났고, 환경문제가 지속되면서 보다 활성화되어 왔다. 실제로 1990년대를 기점으로 (대단히 미온적이었던 환경교육 정책과는 별개로)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사회 환경교육의 활동영역은 자생적 학습모임과 환경단체나 기관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대되어 왔다.

한편, 제도권에서 이뤄지는 학교 환경교육도 큰 변화가 있었다. 1992년 제6차 교육과정(1992-1997) 고시에서 중고등학교에 환경 과목이 독립교과로 신설, 1996년을 기점으로 환경교육 전문 인력들이 양성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환경의 독립교과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사례로 타국의 교육정책에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환경교육의 여정은 상대적으로 더 험난했다. 환경교육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가치인 만큼, 과학, 사회, 지리 등 여러 교과영역에서 환경내용을 반영하는 분산교육과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교과 사이에서 방향성에 대한 잠재된 긴장관계는 지속되어 왔고, 둘 사이의 갑론을박이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이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환경 간의 배려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존중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통찰과 철학을 담아내는 환경교육”(2015.9.4. 공동선언문 중)'필요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방식'에 관한 논의였다. 다시 말해, 인류생존과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교육을 더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였다. 그러나 금번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이 삭제, 축소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2009년 개발공화국이 들어서면서 학교 환경교육은 사실상 멸종의 수순을 밟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이래 신규 환경교사 선발이 중단되었고, 교육청은 환경교사들의 전과를 권유해왔다. 급기야 2015년 현재 환경교육은 지나친 입시제도, 정보교육, 진로교육에 밀려 고사위기에 몰렸다.


우리사회의 민낯
, 2015년 개정교육과정

사실 필자가 본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환경교사나 환경교과목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수준에서 교육을 통해 어떤 사람을 키워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2015.9.4.) 학계, 교육계, 시민사회를 망라한 413개 단체와 기관, 3248명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환경교육 위기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금번 2015개정교육과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단지 범 교과에서 환경교육이 삭제 될 상황에 처한 것뿐만 아니라, 과학, 사회, 지리 등 다른 교과영역에서도 환경에 대한 기존의 성취기준이 축소되었으며, 무엇보다 교육을 통한 인간상에서 인간 이외의 생명·생태에 대한 배려가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환경교육은 생명존중, 조화롭고 정의로운 삶의 태도와 실천을 배우는 가치교육인 동시에 인류생존을 위한 교육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교육과정은 매우 인간중심적이며 기능중심적인 역량에 머물러있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다음세대에게 전달해줌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세대의 역량을 키워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교육정책은 극과 극을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정치의 도구인가?

 

지구는 현 세대인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까지 물려주어야 할 터전이다. 또한 이곳에는 인간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함께 머물러 살아간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인식을 놓치는 순간 지구기후변화 등의 중차대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선언에 참여한 우리는 교육이 백년 이상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과 긴 숙고의 과정을 통해 계획되어져야 하며, 국가 교육과정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소중히 여기며 추구하는 가치를 올곧이 담아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 사회의 모든 다음 세대들이 생태적 감수성과 생명 존중 자세 등을 갖추고, 배려와 협력을 통해 사람과 환경이 더불어 살아가는 보다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환경위기에 대한 학계·교육계·시민사회 공동선언문, 2015.9.4. 중에서

  우리는 지구에게 어떤 아이들을 물려줄 것인가?

  환경이 오염되면 지구가 아픈 거 맞나요?" 누군가 묻는다. 그리고 누군가 대답한다. 지구는 별 문제없어. 사람이 문제지!”

  살 곳을 읽은 메마른 북극곰이나 사회적 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개개인의 소중한 경험과 소신 때문에 위태로운 길을 포기하지 못하고 버텨온 환경교사들은 그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종일 뿐이다. 이들의 멸종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더워지는 지구에서 우리 인간이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보루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지구에게 어떤 아이들을 물려줄 것인가?”

  환경위기를 넘어 환경재난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국가수준에서부터 시작되는 인간과 생명, 약자와 소외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