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식사전3_ 전자폐기물2] "지구를 떠도는 전자폐기물 [2]"

전자폐기물의 어두운 그림자


전자폐기물은 우리 손을 떠나 어디로 가게 될까?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전 세계에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은 한해 5000만 톤에 이른다. 이 중 과반수는 중국이나 인도, 나이지리아와 같은 개발도상국가로 쓰레기 처리를 떠넘기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일본이나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은 배출된 전자폐기물을 싼 값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불법 수출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을 직접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중고 제품으로 수출되거나 ‘재활용금속’이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거래된다.


이렇게 수출된 전자폐기물들은 영세한 재활용업자들의 손으로 들어가 열악한 처리장으로 옮겨간다. 폐기과정에서 나온 중금속과 유독성 강한 화학물질들은 인근 지역까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처리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환경 불평등이 만들어낸 ‘이상한 마을’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전자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이 나타나면서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제단체들이 현지조사에 나섰다. 중국 구이위라는 전자폐기물 처리지역, 산터우대학 의과대학 훠샤 교수가 건강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들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고, 혈액이 굳는 병인 혈전증은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곳보다도 2배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 중에는 건강조사 결과와는 달리 스스로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유는 쓰레기가 위험하고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생계수단을 포기할 수도 없었기 때문. 쓰레기가 들어오면서 오염된 땅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는 이제 쓰레기가 유일한 생계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지역 주민들에게 당장 생계를 포기하고 위험한 쓰레기 처리를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은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사람들이 다르다보면, 환경 불평등이 생긴다.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처리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상황이 되고 그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간다.


대부분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처리 시설에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온갖 유해물질은 강과 바다, 땅과 공기를 오염시키며, 건강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생태계 안에서 돌고 돈다.


점점 더 많은 전자폐기물들이 만들어지게 되면 우리의 공기와 땅, 물의 오염은 점점 더 심각해지게 되는 것이다.

 


(출처: 인사이트 홈페이지, insight.co.kr)

 

 

전자폐기물을 줄여라! 


쓰레기문제는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전자폐기물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있다. 만들 때부터 즉, 생산단계부터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고 덜 유해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제정, 199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폐기물부담금제도’가 있다.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품가격에 환경비용을 포함시키는 제도이다. 하지만 경제적 혜택만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생산자들이 폐전기전자제품을 회수해서 재활용하면 전자폐기물이 되는 양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재활용은 크게 보면 지구 전체가 자원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이 방법은 국제단체들이 강조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재활용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제도적 노력이다. 우리나라에는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가 있다.


전자제품 재활용을 위해 2002년 만들어져 2003년 시행되고 있다. 생산자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해야 하고, 재활용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에는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로부터 징수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재활용을 위한 회수율이 조금씩 증가되고 있다.

 

그런데 폐전기전자제품의 회수율이 높더라도 재활용 기술이 없으면 그대로 전자폐기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처리방법이 까다롭고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래 기사를 보시라.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13일 앞선 기업들이 이끄는 ‘주목할 만한 녹색기술 20선’을 추려 발표했다. 우선 ‘전자쓰레기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깔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지만 내부는 수은과 납 등 온갖 유해 금속으로 채워졌다. 수명을 다한 첨단 전자기기가 해마다 쏟아내는 유해 금속 폐기물은 2000만~5000만t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친환경 기업들이 유해 금속을 거둬들여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춰가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소비자이자 사용자인 우리가 해야 할 일


환경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덜 쓰고 덜 버리는 일이다.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바꾸고 싶고, 쓸 만한 핸드폰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하자.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는지? 수리해서 쓸 수는 없는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아닌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어떻게 버리는 게 좋은지? 회수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폐전기전자제품을 배출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먼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배출 수수료를 내고 표지를 받아 부착하여 배출하는 방법이다. 둘째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 판매대리점에 무상으로 회수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셋째 재활용가게나 재사용업자들에게 수리나 재판매를 요청하는 방법이다. 세 가지 방법이 다 어려울 경우에는 제품 생산자에게 연락해보면 된다. 보상 회수나 수거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다음으로 중요하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방법이다. 새로 제품을 살 때부터 오염물질을 덜 발생시키는 제품인지?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제품인지? 제품을 만든 회사에서 제품의 처리과정이 어떠한지? 친환경 기업의 회사인지? 꼼꼼히 알아보자.

 

모든 환경문제가 그렇지만 특히 전자폐기물의 문제는 생산자인 기업과 소비자인 시민이 함께 노력해야만 해결되는 문제임을 잊지 말자. 바꾸기 전에 한 번 더 지구를 생각하자!


(연재 끝) 


- 글 : 장미정, (사)환경교육센터 소장

* 인터넷미디어 인사이트에 기고된 글입니다(http://insight.co.kr/content.php?Idx=653&Code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