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식사전2_ 공정여행] "아프리카에 남겨 둔 3.5kg"

                                         "아프리카에 남겨 둔 3.5kg"

                                                 (관련 환경키워드 : 공정여행)




‘꽃보다 할배’를 이어 ‘꽃보다 누나’가 장안의 화제다. 꽃누나들이 시청자들에게 다가오는 동안 어느새 여행의 의미도 함께 그려진다. 그들이 다니는 한국 밖의 모습은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그뿐일까?


쓰레기로 몸살 앓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케냐의 어느 해안마을.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더니, 어느새 리조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연안에서 고기를 잡아 생활하던 가난한 어부들은 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리고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중 몇몇은 기존 삶의 터전을 쓸어내고 만든 리조트나 호텔에서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청소나 빨래, 바텐더, 마사지 같은 힘든 일을 하지만 하루치 일당은 우리 돈 몇천 원도 안 된다. 호텔에서 버린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어떨까? 그들은 하루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간다.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하루 동안 소비하고, 1km 이내에서는 한 가족이 하루를 살기 위해 필요한 물 20L를 구할 수도 없는 지역에서도 수영을 한다. 하루 1시간 밖에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에서도 여행객들은 에어컨을 사용한다.


관광산업이라는 이름의 ‘속 빈 강정’

 

경제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가 2배로 늘었고, 그 사이 세계 관광인구는 36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해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여행객들에 의해 이런저런 빛과 그림자가 생겼다.

 

많은 이들이 골프, 쇼핑, 관광을 위해 해외를 나가거나 국제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타 문화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본의 아니게 현지 주민들의 생업을 빼앗거나 환경을 파괴시키는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관광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 중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과연 얼마나 될까? 고작 1~2% 정도이다. 반면 대부분의 수익인 70~85%는 선진국의 큰 손들이 가져간다.

 

국민 83%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몰디브는 관광지로 개발된 지 30년이나 지났지만, 국민의 42%는 여전히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고, 30%의 어린이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나라에 가면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이 여행객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값싼 물건을 비싸게 판매하려는 일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여행객들 스스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 아닐까. 그들과 직접

소통하고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호화로운 여행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출처 : insight.co.kr)

 

 

여행자 인식 전환 필요할 때

  

그렇다면 이제는 고질적 문제가 되어버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여행자들이 바람직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은 낯선 문화와 사람들과 배경과의 관계맺음이다. 바람직한 여행의 모습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행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소비를 하고 그 소비에서 나온 이익이 현지인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들은 이를 ‘공정여행’이라고 부른다. 다르게도 불리는데, 여행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책임여행", 윤리적 책무를 강조하는 "윤리적 여행",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생태관광”,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등이 있다.

 

모두 여행자와 현지인들에게 공평한, 그리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개념 있는 여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타 문화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여행은 환경과 경제,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혹시 화려하고 호사스런 여행을 동경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여행자들을 떠올려보라. 현지인들의 눈에 그런 당신의 모습이 마냥 멋지게만 보일까? 혹시라도 자신들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정복자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꽃할배와 꽃누나들, 물론 반갑고 즐겁다. 하지만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그들끼리의 수다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는 모습, 현지의 진짜배기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이라면 어떨까?

 

좋은 여행자는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 떠나느냐로 판가름 난다. 당신이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여행을 떠날지 한 번쯤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 글 : 장미정, (사)환경교육센터 소장

* 인터넷미디어 인사이트에 기고된 글입니다(http://insight.co.kr/content.php?Idx=434&Code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