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일본환경교육을 바라본다

전기 없이 행복하게-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

후지무라 야스유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지난 40년 동안 반핵 연구와 운동을 해온 저는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 기운을 잃었습니다.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10배 이상 낙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원전사고는 히로시마 원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폭은 방사능이 1%만 유출되는 데에 그쳤는데도 히로시마 원폭에 비해 29배의 방사능이 유출되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아직도 30만 명의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사고가 나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번 원전사고 이전에도 중국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는 상당량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었죠. 후쿠시마로부터 95km 떨어진 제가 거주하는 나스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3.11 이후 2주 만에 방사능 수치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만큼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어른들이 낸 사고에 아이들은 계속 피해를 입어야 합니다. 지금 후쿠시마현에 거주하는 200만 명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실제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거나 이주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들에게 ‘흔들리지 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이정도의 오염이라면 어른의 조치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 했고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공부와 실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일본에서 하루에 약 2번 정도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 상담을 합니다. 특히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고 울면서 찾아오는 엄마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와 같은 고통은 30년 후에도 계속 될 겁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피해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백혈병과 암 등의 질병이 수 십 배로 늘어났습니다.

지금 일본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사고 이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핵 발전을 계속해야한다고 하는 나라는 3개국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일본은 54기의 원전 중 현재 가동 중인 것이 11기입니다. 이것들도 내년 4월 정기점검을 맞아 멈추게 될 것 같습니다. 핵 발전을 권장하는 세 나라중 하나는 한국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이 저의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가 비참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비참함은 일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돈 없이, 에너지 없이도 행복하게

행복의 조건은 돈이고 안락함의 조건은 에너지(전기)일까요? 그렇다면 행복은 극소수의 전유물이 될 겁니다. 일본의 젊은이들 중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에 있는 255만 명의 고교생 중에서 2/3은 스스로를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까요?

저는 젊은이들이 고작 돈이 없다는 이유로 희망을 잃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돈 없고 에너지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구현해 보았습니다. 그것이 나스지역에 자리 잡고 4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비전력 테마파크’입니다.

돈이나 에너지가 없어도 행복하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지요. 돈이 없지만 희망을 가지려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니까 아름답고 넓어도 돈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1980년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삶의 형태를 모색하기 위해 시골로 갔습니다. 그런데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전력 일거리’를 그들에게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현재 제자 4명과 저의 아들이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30%밖에 완성이 되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개방해서 작년에 3,000명이 방문했고 한국의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했습니다. 테마파크에는 다양한 비전력 제품들이 전시 되어 있고 왕겨로 지은 집도 있습니다. 이 집은 4명의 제자가 1개월 간 단 돈 250만원을 들여 지은 것이지만 냉온방에 전기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에너지 제로하우스입니다.

50%의 아이들이 알레르기를 앓고, 20%는 유해화학물질 과민증에 시달리며, 16% 전자파 과민증, 5%는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평온 동물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는 일본에서는 획기적인 주거형태입니다.

GNP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도 알레르기 없고 자기의 체온을 유지하고 학교에 가는 게 즐거운 아이들이 넘쳐야 희망이 있는 나라가 아닐까요.


*이 글은 지난 9월 21일 환경교육센터(한일환경교육연구회)와 초록교육연대,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의 주최로 후지무라 야스유키 박사님의 강연내용을 북센스출판사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본 강연에는 70여명의 교사 및 환경교육관련자들이 참석해 ‘전기문명’과 ‘행복’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I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저자, 오사카 대학에서 기초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30년간 1,000여 개의 제품을 발명. 후지무라 박사는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해서 발생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2000년 봄, 전기사용을 줄이고 행복지수는 높이는 '비전력 공방'을 설립하여 '비전력화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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