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환경이야기] 중고물품 사랑하기

중고물품 사랑하기

 


 


김희경 / 환경교육센터 환경교육연구집단 까치밥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과거엔 먹고 입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생각 했지요. 하지만 요즘엔 달라요. 세계에서 제일 번화한 도시 뉴욕에는 요즘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들 중 대부분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에,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중산층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까운 재활용품을 찾아내기 위해서래요.

이들은 옷이나 신발 같은 물품을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들도 찾아내 요리해 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도시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려는 목적으로 쓰레기통 속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사람들을 ‘프리건(freegan)'이라고 부른답니다. 프리건은 자유롭다는 뜻의 free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을 합한 말인데, 무료로 얻는다는 뜻의 free gain이라는 의미도 포함된 말이래요. 1980년대 환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등장한 프리건은 자원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품을 골라 다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은 서로 바꿔 쓰고, 새로 물건을 사야 할 땐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골라 닳을 때까지 쓰는 운동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프리건은 어떻게 해서 뉴욕에 등장하게 된 걸까요? 바로 넘쳐나는 쓰레기 때문이예요. 그것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는 현실 때문이죠. 단지 싫증난다는 이유로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를 재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프리건이 나타나게 된 거예요.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뉴욕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 멀쩡한 물건을 마구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자꾸 사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덕분에 처치 곤란한 쓰레기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기 위한 자원은 계속 소모되죠.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버려진 폐기물의 양이 2001년에 비해 2007년엔 21%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중에는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데도 버려진 것들이 꽤 있을 거예요.

실제로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이나 재활용품 배출함을 뒤져 보면 멀쩡한 옷, 가방, 이불, 그릇에, 포장도 채 뜯지 않은 빵이나 과자, 통조림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거 너무 아깝지 않나요? 게다가 쓰레기 처리 문제도 만만치 않구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작은 중고장터를 열어서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중고 물품을 사고팔기도 해요. 요즘엔 동네에 재활용품을 파는 전문 상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이라고 해도, 깨끗이 닦고 매만지면 새것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어요. 오히려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질 좋은 물건을 발견할 수도 있답니다.

뉴욕에 프리건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환경을 생각하는 여러분이 있어요. 새 물건을 사기 전에 환경과 지구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쓰레기도 줄이고, 자원도 줄이고, 돈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이웃 사람들과의 정도 덤으로 쌓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