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뽀로로 동영상을 보고 싶다는 딸에게 함께 책을 읽자고 주문했다. 일단 내 앞에 앉히곤 책 페이지를 넘기면서, 큰 소리로 제목을 읽었다.
“깨끗한 물이 되어줘! 슬픔에 빠진 방울이!”
“엄마, 이거 뭐야?”
세 살배기 딸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회색빛깔 물방울에 관심을 보이며 묻는다.
“방울이래. 물방울”
“물방울이 울어...”
“그러게. 왜 방울이가 슬플까? 어디 한 번 보자.”
‘슬픔에 빠진 방울이’는 친구 콩돌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방울이가 여행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방울이는 자기가 오염되었기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상처받고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린다. 하지만 다른 물방울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기가 왜 오염되었는지 깨닫고 다시 깨끗해지기 위해 바다로 떠난다. 방울이는 바다에서 시커먼 기름을 만나 다시금 위험에 빠지기도 하는데, 입 큰 물방울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힘을 낸다. 울창한 숲으로 내려가 깨끗한 몸을 되찾은 방울이는 빛고운 언덕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행복을 되찾는다.
이야기 도중에도 딸아이는 물방울만 가리킨다.
“물방울이 왜 여기 있어?”
“개울에서 하천으로 흘러 온 거야. 졸졸졸~”
“엄마, 물방울이 바다에서 어푸~해”
“어...엄..마...아....물방울이 숨을 못 쉬어.”
“방울이 살려. 뽀골뽀골~”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 속 깊이 가라앉는 방울이를 보는 딸의 얼굴이란. 찡그릴 대로 찡그린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방울이 봐라.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와 물길을 따라 흘러 개울로, 또 흘러흘러 하천으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가고 있구나.”
하지만 방울이가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가득하고, 동물들의 배설물, 세제거품,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커먼 물들로 오염되어 방울이는 점점 더러워진다.
“지렁이, 지렁이”
“그래. 지렁이랑 두더지는 건강한 땅 속 친구래.”
“엄마, 꽃 봐. 예뻐. 여기 물고기 있네.”
“이제 땅 속 친구들이랑 숲 속 친구들이 도와주면 더러워진 방울이가 깨끗해질 거야. 친구들도 이제 안 아플 거야. 엄마도 도와줘야겠다. 정언이는 어떻게 도와줄래?”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물이 어떻게 오염되고, 그것이 돌고 돌아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창 주변 사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세 살 아이에겐 그리 흥미롭지도 중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위험에 빠진 물방울이 불쌍할 뿐.(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딸아이는 자신이 방울이가 된 것처럼 슬펐다가 기뻤다가 표정 바꾸기에 바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방울이를 따라 가는 동안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무관심한 사람들이 환경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얼마나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었는가. 지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아이에게 환경이 파괴되는 이유나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할 텐데 자연스럽게 일깨워 줄 방법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딸아이가 그런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아픔이나 슬픔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로서 이 책이 흥미로운 건, 환경만화를 통해 알게 된 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다양한 놀이활동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보드판 형식으로 꾸며진 ‘방울이 구출작전’은 맑은 물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또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거품이’와 ‘지킴이’ 스티커 붙이기 놀이.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며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낸다.
“날개 달린 물방울이 좋아.”
“그래, 정언이 치카치카하고 입 헹굴 때 컵에 물 받아서 쓰지? 정언이한테도 ‘지킴이’ 스티커 하나 붙여줘야겠다.”
손등 위로 살짝 붙여진 ‘지킴이’ 스티커에 딸아이는 씨-익 웃는다.
책 읽는 시간이 길어졌다. 교훈이 있는 그림동화책도 좋지만, 엄마랑 주변 사물에 대해 이야기 하며 그리고 붙이고 읽어보는 책이 더 좋은가보다. 이 책, 아무래도 물을 좋아하는 딸아이에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오면, 비오는 날 창문 밑에서 다시 이 책을 펼쳐보려고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비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고, 그 소리를 흉내 내보기도 하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비를 통해 물의 특성을 오감으로 체험한 아이의 느낌이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빗물을 모아서 화분에 물을 주자고 말할지도 모를 일.
글=조한혜진 / 시민환경정보센터
깨끗한 물이 되어 줘 환경아 놀자 플레이북 1
저자 환경교육센터 , 장미정 | 그림 김순효 | 출판사 한울림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