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여행기] 낯선 길 위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나다(3)


[교보 2008 대학환경상 수상집 부문 게재]



 


라오스 여행기(3). 착한 소비로 관계맺기,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관광


- "낯선 길 위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나다"


 


착한 소비로 관계 맺기

  루앙파방에서의 마지막 밤은 여느 여행객들처럼 야시장에서 보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수놓은 수많은 종류의 수공예품들과 고산지역에서 재배된 유기농 커피는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공정무역단체에 따르면 자연친화적인 전통기술을 갖고 있는 라오스의 여성들은 적은 수량이지만 높은 품질을 생산한다고 한다. 물론 현지에서는 더 인기 만점이었다.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라오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라오스 원주민들의 손길이 배인 물건이 갖는 가치에 더해 착한 가격까지, 이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을 한없이 넉넉한 사람으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야시장의 곳곳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나와 각자의 작품들을 직접 만들면서 색색의 수공예품들을 내어놓고 여행객들과 흥정하고 있었다. 통상 애초 제시하는 금액의 50~70%에 물건을 사곤 하는데, 보통의 경우 그 값을 정하기까지 두어 번의 흥정이면 서로 기분 좋게 합의를 볼 수 있다. 흥정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라오스인들의 첫 번째 가격과 두 번째 가격은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너무나 싶게 양보하고 미소 짓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격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고 물건 팔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간혹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시장을 다시 한 바퀴 돌고 다시 찾아가면 특유의 미소를 띠며 세 번째 가격으로 낮춰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사는 일이 단순한 소비라기보다는 라오스인들과의 관계 맺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맺기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여행자들의 거리에 자리 잡은 여행사들의 문 앞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여행(Community-based Tourism)” 등의 홍보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라오스를 찾는 세계인들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도시,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한 자연환경이 라오스 최고의 관광자원임을 이미 알고 있으며, 라오스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지속가능한 관광을 표방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업적 욕구와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전날 경유해온 방콕 -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유흥과 쇼핑을 즐기고 있는 - 의 여행자 거리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오래된 미래를 라오스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적지 않은 지구촌 사람들이 인간과 환경 모두에게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여행을 만들어 가기 위해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생태관광’, ‘환경여행’, 그리고 여행객과 현지인 모두를 생각하는 ‘공정여행’, ‘책임여행’ 등이 확산되고 있다. 여행의 목적뿐 아니라 여행이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객이 지나간 그 곳을 터전해서 살아갈 사람들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행자들은 지리, 역사, 관습, 지역관심사 등의 지역사회 자연유산과 지역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여행자들은 지역의 생태계와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품 구입은 하지 말아야 한다’,  ‘관광객은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여행을 해야 한다’,  ‘관광객은 지역사회의 자원보호활동을 지지해야 한다’ 등의 원칙들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지킬 수 있는 일들이다. 다른 사람들의 터전으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과 현지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존중하고 파괴시키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게 된 것이다.





  낯선 나라 라오스를 통해 오래된 미래를 만났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자연과 타문화를 존중할 줄 알게 된 나를 만났다. (끝.)



 


                                       *글: 장미정((사)환경교육센터, 서울대 환경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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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라오스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 친구 영란은 올 초 한국에 왔다. 라오스에서의 KOICA 활동 2년을 마치고. 영란은 그 곳에 있는 동안 남편에게 라오스의 생활을 일기형식으로 보내왔고, 이 글은 영란 특위의 따뜻하고 차분한 필체 그대로 책으로 엮어져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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