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은 공공재나 다름없다”




제92호 3면 2009년 4월 6일자












“환경연합은 공공재나 다름없다”
회계비리 파문 딛고 재도약 선언… 변화의 방향은?
이재환
이시재 신임 공동대표 “돈 안들고 시민밀착 운동을”





상근자 회계비리로 6개월이 넘도록 홍역을 앓았던 환경운동연합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의 특별대책회의 체제에서 신임 대표와 감사, 사무총장을 선임하고 오는 9일 이취임식 및 ‘10년 회원 감사한마당’을 개최한다. 지난달 31일 이시재 신임 공동대표를 만나 환경연합의 진로를 물었다. /편집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의 가슴 안쪽에는 뜨거운 슬픔이 강물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인생을 걸어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내가 무슨 말로 위로하겠습니까… 과연 환경연합을 접아야 할까요? 또 우리 모두가 환경연합을 내던져야 할까요? 저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연합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지난해 말 환경연합 상근자 회계비리 파동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현 이시재 신임 공동대표(사진)가 온라인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그의 글은 환경연합에 대한 비난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그동안 환경연합을 아껴온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한 동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상한 시국에서 특별대책회의 의장을 맡아 재도약의 기틀을 잡아온 이 신임 공동대표는 꺼내기 쉽지 않았던 지난 6개월의 시간을 전했다.

“단체의 주인은 시민”

“환경연합은 공공재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나 공기업도 누구든 물으면 투명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환경연합도 시민이 주인인 단체입니다. 다 털어놔야죠.”

내부 진통이 없을 수가 있었겠냐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위기는 내부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 것이라 우려했다고 밝힌다. “중앙에서 10여명 정도가 단체를 떠났습니다. 앞으로도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며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사람을 보고 운동하는 사람들이니 아픔을 나눠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환경연합은 사고가 터진 이후 11가지 개혁과제를 도출해 논의를 펼쳤다. 그 중 크게 세가지 줄기의 개혁과제를 합의해 냈다. 우선 프로젝트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운영비용이 더 들고, 그 운영비용을 대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프로젝트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인원이 더 필요한 악순환의 고리가 있었습니다. 고리를 끊자, 돈 안드는 운동을 하자는 뜻을 모은 것이죠.”

또 다른 큰 줄기 개혁과제는 시민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시민참여가 가능한 다양한 열린 운동을 펼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민과 전문가, 활동가가 소통하는 운동에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마지막 핵심개혁과제는 투명한 재정 공개다. 회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회원들과 사회의 엄격한 감사를 받겠다고 환경연합은 공언한 상태다.

“11가지 개혁과제를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사건 이전부터 잠재됐던 문제점들을 이 기회에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특별대책회의에서 ‘거듭나기위원회’로 바뀐 것도 이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죠. 예를 들어 돈 없이 운동하는 방향을 모색하다 보니 산하 연구소나 전문기간을 분리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거나 대의원총회 설치 등의 제안이 나오면서 논란을 벌이기도 했죠. 그렇다고 해서 갈등을 겪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졌던 11가지 개혁과제 모두 안고 가야할 우리 과제이죠.”

사고가 터진 이후 회원 증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중앙 회원으로 보자면 500명 가량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사실상 회원모집 활동이 전무했고, 경제위기 국면 등을 감안해 본다면 크게 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환경연합 회원 가운데 회비를 내는 회원의 수는 현재 2만5천여명 가량이다.

“활동가 역량 강화 바람도”

신임 공동대표로서 조직의 결의 외에 개인적인 변화의 바람을 물었다. “활동가들의 역량을 어떻게 더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환경연합을 대표할 전문성과 품격, 자질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죠. 대표 한사람이 깃발을 들고 활동가들은 쫒아가는 그런 운동은 지났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역량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운동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나 단체는 울타리가 될 뿐이죠.”

임원진을 새로 선출하고 ‘제2기’를 준비하고 있는 환경연합으로서는 ‘토건 위주’ 정부와의 관계설정이나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일 것이다. 환경연합은 신임 임원진 구성 발표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이란 허울 아래 전국을 공사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환경연합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어느 때보다 위중함을 절실히 느껴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누가 녹색을 나쁘다고 이야기 하겠어요. 지금 우리가 담론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가 같은 이야기임을 우리는 알아도 담론 헤게모니에서는 극복을 못하고 있다는 거죠. 기후변화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있는 언어부터 바꿔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쉽고 명징하게 다가갈 프레임 설정도 중요하구요.”

이명박 정부의 개발 드라이브는 ‘열도개조론’을 내세워 토목개발에 집중하다 ‘10년 위기’를 불러일으킨 일본의 다나까 가꾸에이 수상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이 신임 공동대표는 지목했다.

이와 더불어 한탕주의과 물신숭배의 ‘카지노 자본주의’의 심화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의 가치 모두를 전복시키는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폐해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환경운동만 한다’고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렇다고 전선을 넓히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읽겠다는 것입니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곧 환경의 피폐화를 불러일으키니까요.”

이 신임 공동대표는 대부분 시민사회단체들이 위기를 말하며 생존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하는 현재 상황에서 오히려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전체가 머리를 모아 운동담론을 형성하는 모습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운동의 위기를 말할 때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모습에서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운동의 환경이 바뀌고 인터넷을 통한 대중운동도 활발하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도의 역할도 필요한 법입니다. 물론 우리가 다 떠안자는 이야기가 아니죠. 하지만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켜야할 과제를 한국 시민사회는 여전히 안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임기 3년 뒤 열린공간 기대”

환경연합은 지난 2일 16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 1993년 전국 8개 환경단체가 모여 심각해져가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부터 생명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연합단체를 꾸렸다. 이후 50여개 지역 환경연합과 5개 전문기관을 가진 국내 최대의 환경단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했던 단체의 존립까지 말하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변화의 기지개를 피려 한다.

임기 3년인 공동대표직을 물러날 때 어떤 변화가 이뤄졌길 희망하냐고 물었다. “막 부서지고 고쳐야 겠죠.(웃음) 무엇보다 3년 뒤 환경연합이 시민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활동가와 전문가, 시민이 온전히 결합해 운동을 펼치는 곳 말이죠.”
이재환 기자 ljh@ingo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