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환경 이야기] <26> 레츠를 아시나요?

소년한국일보 11월 16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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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환경 이야기] 레츠를 아시나요?


필요한 노동력·물건 교환 '지역 화폐'


지역 내 거래로 운반·보관 에너지 절약





어린이 여러분, 혹시 ‘레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과자 이름이냐고요? 아니예요. 1983년 캐나다의 코모스 밸리라는 조그마한 섬마을에서 시작된 지역 화폐 이름이에요. 코모스 밸리의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서로 교환합니다. 여기서 일은 물건이 될 수도 있어요. 자신이 만든 구두나 기른 농작물일 수 있지요.





서로가 필요로 할 때 노동력과 물건을 제공해 준다는 표시로 이 레츠를 사용합니다. 레츠를 쓰면 실제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물론 한 지역에서 이런 화폐를 쓰려면 웬만한 식량이나 생필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용사인 어떤 여자가 직업을 잃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벌어 놓은 돈도 없어요.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지요. 그렇더라도 이 지역 화폐가 있는 곳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이발하려는 사람의 머리를 멋지게 다듬어 줍니다. 또 이웃에 가서 청소를 도웁니다. 청소를 원하거나 이발하려는 사람을 직접 찾아다녀도 되지만, 지역 화폐를 관리하는 사무실에 연락을 하거나 홈페이지에 알릴 수 있어요.





일을 다 마친 다음에는 사무실로 찾아가 자신이 한 일을 적으면, 그녀에게 그 마을의 지역 화폐 계좌를 만들어 일한 만큼 레츠를 넣어 줍니다.





이제 그녀는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찾아가 먹거리를 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벌어 놓은 레츠의 가치 만큼 살 수 있거든요. 관리소에서는 또 다시 그녀의 계좌에서 물건을 판 사람의 계좌로 레츠를 옮겨 줍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물건을 주고 받는 동안에 전혀 돈을 사용하지 않음 셈이죠.





이렇게 계좌에서 계좌로 옮겨간 거래 상황을 기록하면 되니까 굳이 종이 돈이 필요하진 않아요. 다만 작은 물건을 사거나 일한 것을 일일이 보고ㆍ기록하는 것이 번거로우니까 지역 화폐를 별도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편하겠지요.





지역 화폐를 저금할 때 은행과 다른 점은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반대로 돈을 빌려도 이자를 내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무리 저축을 해도 이자가 붙지 않으니, 저축하기 보다는 레츠가 생길 때마다 바로 필요한 곳에 씁니다. 따라서 지역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당장에 돈이 없어도 지역 주민 사이에 신뢰가 있으니 빌려 주기도 쉽고 돈이 모자라지 않아요. 모든 거래가 서로 믿는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거래 내용은 모두 공개됩니다. 따라서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지요. 사람들 사이에 점점 더 믿음이 쌓여갈 테고요.





지역 안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니까 농작물이나 물건 또한 믿을 수 있습니다. 농약을 많이 사용하거나 허술한 물건을 만들면 바로 이웃이 피해를 보게 되지요. 그러니까 모두 가족이 먹거나 써도 좋을 물건을 만들게 마련입니다.





또 농작물이나 물건을 팔기 위해 운반이나 보관할 필요가 없으므로 생산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물론 운반과 보관에 드는 에너지도 아끼게 됩니다.





이런 레츠를 쓰는 동네 사람들은 정말 환경 사랑을 실천하게 되겠죠?





이와 비슷한 방식은 옛부터 우리 나라에도 있었어요. 품앗이가 바로 그것이에요. 모내기나 김장을 할 때 한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도와 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전통은 지금도 맥이 끊이질 않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 도와 주는 아름다움 풍속으로 남아 있답니다.







소년한국일보 입력시간 : 2008/11/16 16:10:15


 


* 글: (사)환경교육센터 환경교육연구집단 까치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