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환경 이야기] '천덕꾸러기' 돼 버린 '길조'

[소년한국일보] 2008년 6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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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환경 이야기] '천덕꾸러기' 돼 버린 '길조'
까치
야생 환경 오염… 먹이 찾아 도시로 몰려










까치는 도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대표적인 새입니다. 여러분은 까치를 보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드나요? 옛 사람들은 까치가 기쁜 소식이나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을 알려 주는 길조라고 생각했어요.
까치는 옛날 서민들의 그림에도 많이 등장해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만들어 준 새도 바로 까치죠. 그 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까치를 참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까치가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됐어요. 왜 그럴까요? 까치의 배설물 때문에 건물 벽이 더러워지고요. 전봇대에 집을 지어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해요. 또 비행장에서는 비행기와 충돌해서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납니다.
농촌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대요. 봄철엔 농부들이 뿌려 놓은 씨앗을 파먹고, 가을엔 과수원의 과일을 쪼아 먹어요. 결국 환경부에서는 까치를 ‘유해 조수’로 지정했어요.
유해 조수란 사람이나 가축, 농ㆍ임ㆍ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새나 짐승을 말해요. 유해 조수는 시나 군에서 허가만 받으면 사냥을 할 수도 있지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까치를 쫓는 방법을 찾는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농작물 피해 지역에 소음기나 햇빛을 반사시키는 반사재를 사용하거나, 방조망ㆍ화학 약품 등을 사용하는 대책도 속속 나오고 있답니다.
심지어 까치에 현상금을 걸어서 잡아 오면 돈을 주는 지방 자치 단체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저런 방법들이 그렇게 뾰족한 해결책은 못 되는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까치 숫자만 줄이려고 하니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까치는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까요? 사람을 골탕먹이는 게 재미있어서는 분명 아닐 테고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야생 동물인 까치가 사람들이 사는 곳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말하자면 까치가 살 만한 야생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까치들이 살 수 있는 환경에 비해 그 숫자가 너무 불어나 발생한 결과이기도 해요. 그래서 나무 대신 전봇대에 집을 짓고, 이것 저것 마구 먹어 치우는 거죠.
그럼 까치 숫자는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요? 지구 상의 모든 생물들은 먹이 피라미드라는 체계 속에 포함돼 있어서 그 숫자가 적절하게 조절이 돼요. 즉 식물의 열매나 벌레를 먹는 까치도 결국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게 마련이죠. 그래서 숫자가 균형을 이루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엔 까치를 잡아 먹을 만한 동물이 별로 없어요. 예전엔 삵, 뱀, 수리부엉이, 매 같은 동물이 까치나 까치알을 먹었지만, 지금은 그런 동물이 남아 있지 않아요.
왜냐고요? 콘크리트 도시가 원래의 자연 공간을 마구 파고 들고, 산은 도로로 잘려져 조각조각이 나서 포식 동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결국 도시에서도 잘 사는 까치는 피라미드의 맨 위에 놓이게 됐고, 포식자 없이 그 숫자가 점점 늘게 되었답니다.
생각해 보니 까치 문제는 결국 사람이 만든 거네요.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는 까치 문제 말고도 수없이 많아요. 모두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죠.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우리가 건강한 환경을 위해 생각과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자연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어요. 넓은 도로, 높은 아파트 보다 녹색의 자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은 건강해 지고, 까치도 다시 길조로 대접 받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