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환경 이야기] 쇠똥구리

[소년한국일보] 2008.5.19일자

 

[눈높이 환경 이야기] 쇠똥구리
동물들 배설물 먹어치우는 고마운 '자연 청소 해결사'
항생제 사료 탓에 쇠똥구리 보기 어려워져










이 세상에 쇠똥구리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난데없이 무슨 쇠똥구리 타령이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만약 쇠똥구리가 없다면 아프리카 초원 지대는 아마 똥으로 가득 찬 대륙이 될 것입니다.
코끼리, 기린, 얼룩말, 소와 같이 몸집이 큰 초식 동물들은 한곳에 모여 살지도 못할 테고요. 지저분한 똥 덩어리 속에 사는 쇠똥구리가 그렇게 대단하냐고요? 그렇습니다. 쇠똥구리와 초식 동물 그리고 생태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까요?
쇠똥구리는 포유 동물의 배설물을 깨끗히 치워 주는 고마운 곤충입니다. 코끼리가 똥을 누면 잽싸게 달려가 먹어치우거나 땅속에 저장해 두지요. 똥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요?
소 한 마리는 하루에 열두 덩어리나 되는 똥을 배설합니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소는 배설물 주변의 풀을 절대 먹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기는 잔뜩 배설해 놓고, 누구더러 치워달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습성을 지녔습니다.
목축을 많이 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소의 배설물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목초지가 전체의 20 %가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른 동물의 배설물까지 합하면 그 면적은 엄청나지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하루에 2억 개 정도의 똥 덩어리가 발생한다고 해요.
1960년대 오스트레일리아는 소와 양의 배설물 때문에 나라 전체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소와 양의 배설물이 쌓여가는 바람에 목초지가 크게 오염되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쇠똥구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의 토종 쇠똥구리들은 캥거루와 코알라 같은 작은 동물의 배설물에만 익숙했어요. 외국에서 들여온 소들의 엄청난 배설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고민 끝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짜낸 묘안은 바로 쇠똥구리도 수입하자는 것이었어요. 결국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24 종의 쇠똥구리를 수입해 배설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답니다.
우리 나라 사정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쇠똥구리가 사라진 까닭은 소 같은 가축이 먹는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 때문입니다.
항생제는 미생물이나 생물 세포를 골라서 죽이는 약을 말합니다. 똥을 먹고도 멀쩡했던 쇠똥구리가 전멸할 만큼 항생제는 강력한 위력을 지녔어요.
그렇다면 항생제를 잔뜩 먹고 자란 소는 건강할까요? 그 소의 고기를 먹는 우리는 과연 건강할까요?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