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서평] 못된 짓 하고 싶을 때 읽는 책《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못된 짓 하고 싶을 때 읽는 책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강일우 옮김, 창비



 

갑자기 못된 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못된 짓이 하고 싶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못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자발적으로 내 방을 치우고 있을 때 엄마가 “착하네.”하고 칭찬하면 청소를 바로 멈추는 정도. 자전거 탈 때 핸들에서 두 손 다 떼면 안 된다는 당부를 지키지 않는 수준. 친구네 집에서 공부한다고 거짓말하고 놀러 나가기. 하고 나면 늘 후회하고 조마조마하지만 그 순간에는 멈출 수 없는 바로 그런 사소한 ‘짓’이다.

그렇다면 못된 짓을 하는 나는 나쁜 사람일까? 나는 왜 자꾸 못된 짓이 하고 싶을까? 못 된 짓은 나만 하고 싶은 걸까? 이 물음에 화사하게 답하는 책이 있다.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다.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와 〈펠레의 가출〉, 〈봐, 마티다, 눈이 와〉 등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하나 같이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위험한 일, 못된 짓’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린드그렌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린드그렌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가진 작가다.  《명탐정 칼레》 시리즈, 《라스무스와 방랑자》, 《개구쟁이 에밀》, 《산적의 딸 로냐》 등을 썼다.

린드그렌의 가장 큰 미덕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아주 잘 안다는 것. 린드그렌은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린드그렌의 작품에서는 ‘그래서 착한 아이가 되었습니다.’라는 결말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엄마아빠한테 토라져 집을 나간 아이(펠레의 가출),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나 경쟁하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두 친구(누가 더 높은 데서 뛰어내릴까?), 지나가는 아줌마한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꼬마(벚나무 아래에서) 등 어린 친구들의 천방지축 일상이 동영상처럼 생생하고 촘촘하게 찍혀 있다. ‘진짜 울 엄마 맞아?’ 하는 의심이 들 때, ‘나 없이 행복하게 살아보세요.’ 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 ‘동생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를 펼쳐 보자.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음직한 갖은 못된 짓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왜?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 글 | 오윤정 님(편집기획자, 환경교육센터 환경교육연구집단 까치밥 회원)